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내 안에 뿔 달린 남자 산다

맑은향기 1 2020. 1. 13. 13:26

내 안에 뿔 달린 남자 산다 / 박동미



그날 저녁, 홀로 깨어

관능으로 빚어낸 달빛 들이마셨다

그는 온몸으로


가슴지느러미 밀어올려

가지런한 입술로

암회색 하늘 향해

만삭의 몸, 탯줄을 끊었다


그의 배후엔

종족 보존의 날개가 달려 쉬임 없이

영혼을 잠식시켜 바다를 통째로 삼켰다


바닷가 동굴

태양이 동굴 안 깊숙이 들어왔다죠

산란하며 철썩이는 파도소리

태양의 상처 태양의 돌고래


불온한 오후

은하의 유밤 속으로

정체 중이던 수액이

싸움이 끝난 복서들처럼

뜨거운 포옹 나누며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죠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