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9월을 그리는 풍차

맑은향기 1 2020. 1. 13. 13:34

9월을 그리는 풍차 / 박동미



적당한 거리의

나무는 버릴 줄 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썩지 않게끔

조금씩 물기 품어 안고

과감히 버릴 줄 안다


조정할 줄 안다는 것

감정 하나 다스릴 줄 몰라

통제선 넘어버리고

끙끙 앓다

선 빠진 플러그처럼

혼자서는 쉽게 풀지 못해

꼬여져 돌돌 말려져 있다


어쩌면 생을 다할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복병처럼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다

뒹굴다 별이 되어도 좋을 시간

살아 있음이 눈물이라면

삶은 저렇게 아프지 않아도 되리라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