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13:54

비 / 박동미



오늘 같은 날

시간 업고 달리다 보면

아련한 통증처럼

삶, 뿌리째 흔들린다


대지의 심장 두드리고 간 후

죽은 음경이

뛰어내리는 허공으로

발기 꿈꾸며 굴참나무 숲으로 갔다


잿빛 구멍들

풍성한 머리채 풀어

꼬리 물고 내달리다

비릿한 물머리에서 목 놓아 운적 있다


비가 내린다

추억 되새김질하며

텅 빈 저녁 견딘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