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첼로, 꿈 그리고 누드

맑은향기 1 2020. 1. 13. 15:09

첼로, 꿈 그리고 누드 / 박동미



황금빛 머리 곱게 묶고

파란 눈의 첼리스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현을 켠다

가식 훌훌 벗어 던지고

은은함과 완강함으로

모든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다


등꽃 닮은 우아한 의자에 앉아

첼로 앞세워 굳이 왜 벗고

연주하는지 알려하지 않아도

경이롭다 허락받지 않은 연주

귀걸이 딸랑일 때마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청충 바라보면

감미로운 현의 떨림

빛의 발자국 따라 세월 움켜본다


시간을 넘어 누군가에게

견고한 악기가 되어 본 적 있는가

차마 외면하고 싶은

드의 황홀한 여인은 없고

키 큰 첼로만이 우두커니

내 마음의 속도 앞지르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누드 첼리스트

나탈리 망세의 첼로 감상하며

인간 내면의 곤고한 고독이

지상에서 증발해 버릴 것만 같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