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15:28

집으로 가는 길 / 박동미



마음에 무수한 말 가두고

남루해진 차림으로

계절 기다리는 동안은

바삐 흐르는 물처럼 가슴 두근거렸다

얼마를  가야 하는가

생각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착한 짐승처럼

외로움과 절망의 끝을 보았다

변두리 저녁

늙은 새들이 모여들고

죄 많은 짐승들이

꽃소금처럼 부풀면

발목 적시며 떠나지 않는 노래

속으로 울어보지 않는 삶은 없다

빈 들판에 달빛이 차다

네 그림자 거두며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낯설다


2010.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