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15:45

존재는 아름답다 / 박동미



너의 침묵은 달고 깊다

너의 웃음은 하얗게 빛났다

너의 사람은 곰삭았다

너의 긴 잠은 속눈썹처럼 슬프다

가슴 뜨겁던 말들 어디로 갔는지

내 안의 기억이여!

상처가 꽃으로 피어나듯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


발바닥이 다 닳았다

힘겹게 생을 받치고 있다

미안하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데

해는 서산으로 밀려가고

햇빛으로 가득 차 있던 자리에

라일락이 피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