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16:23

작약 / 박동미



사랑 하나 품지 못 하고

바람에 부풀린 그림자가

흔적없이 사라졌다지요

그 떨림의 몇 초 동안

죽을 것 같이 황홀했다

네 이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꽃잎처럼

또 하루가 열리고

어쩌면 당신의 심장이

꽃으로 환생했다지요

단호한 확신이 아닌 어렴풋한

여인아 여인아

붉은 뺨 부비며

봄눈처럼 녹아버릴 것 같이


살아온 날들이

눈 앞에서 보고 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