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이 가벼운 날의 생

맑은향기 1 2020. 1. 13. 18:24

이 가벼운 날의 생 / 박동미



조바심 내는 일상

공손하게 손 털고

주눅이 든 마음에

차 한 잔 얻어 마십니다


돈이 힘입니다

그림자 짙게 깔리면

햇빛으로 기둥 세워

오두막 짓고

내내 미안해 합니다


사람 사는 짓이 매번 그렇습니다

고르게 누리고

깨우침을 얻어야 하는데

거친 땅 끝에 썩은 고목이 살아납니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디딜 데 없는 세상이

허공에 매달려 흔들립니다

습관처럼 길들어 있어 면목없습니다


정신은 없고 육체만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 궤도를 이탈하여

딱정벌레처럼 웅크리고

모름지기 시대의 아픔입니다

이 가벼운 날의 생 물리고 싶습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