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19:24

오래된 기억 / 박동미



어둔 들길 건너 밤 마실 간다

사람들은 어둠을 들러쓰고

당산나무 지나 시냇물소리 건너

초상집으로 문상 가는 사람들

개들도 짖지 않았다

앞산은 뒷산을 뒷산은 앞산을

서로 무심히 바라보는 산

느닷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얼굴들

일어설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온몸으로 어둠 뚫고 바라본 하늘엔

별이 가득하다

죽으면 별이 된다지

아직 죽음까지 닿지 못해 떨어지는 별

저 웅크린 사람들의 길에도 밥처럼

남루한 살림살이 수북히 쌓인다

내 영혼의 뜨락에

낙엽으로 쌓이는 소리

잘 익은 감홍시 몰래 훔쳐 먹고 싶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