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소나무 차오르는 밤
맑은향기 1
2020. 1. 13. 20:38
소나무 차오르는 밤 / 박동미
새벽 숲길은 푸르다
세상의 길들이 밀려난 시간
까칠한 모습으로 내게로 오면
등이 반 자나 굽어지며
녹색 방에 뒹굴던 푸르스름한 밤
달빛 퍼내며 내 가슴 깨우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어둠이
아픈 몸으로 세월 새기면
탈탈거리던 경운기 소리 멈추고
시작을 기다리는 침묵 안에
태양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자신 통제하고 생각 깎아내며
끝없는 흔들림으로
온전히 자신 지키며
편안한 직선과 아득한 지평선으로
흔적뿐인 그리움만 만진다
삶이 때로는 까닭없이 서럽습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