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20:49

서상항 / 박동미



불빛 잠잠해진 외딴 바닷가

문신처럼 깊어진 어둠 사이로

외로운 얼굴들이

세월의 비늘 하얗게 쌓으며

맨발로 달려와 펑펑 울고 있다


푸른 대문 열어 놓고

바닷물이 뱃전에 넘칠 때마다

흰 몸으로 서서

파도와 몸 섞다가 죽고 싶었다

그리고 하느님도 만나고

철 지난 추억도 만나고 싶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