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3. 22:50

산사에서 / 박동미



마음 다 비우고 싶은 날
조용한 산사를 찾는다
솔향기 사이로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들으면 어느새 가벼워지는 마음
바람의 눈높이까지 욕심 내려놓고
세상 바라본다 
분별없는 생각들
하늘빛 말씀 살짝 들추어
내가 나를 비워내면
세상은 세상일이라서
못 견뎌하고 홀로 아픈 등 밀고 가는
그림자 닮지 않아도 되리라
어둔 그늘 한 자락 꿀꺽거리다 보면
허둥대는 하루는 빛을 잃어가고
중생이 밟고 간 발자국 바라보며
마음 어디에 두어야 할지
노을처럼 저무는 하늘
사랑도 해보고 자식도 길러
어쩌지 못하고 가야 한다면   
바라보는 침묵으로 순응해야지
마주 보고야 말 세상에서

2010. 봄날에 깃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