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2:14

보리암에서 / 박동미



기린의 목처럼 휘어져

단단해지는 어둠은

온몸 열어 섬에 닿아 있다

코끼리의 귀처럼 먼 곳 향하면

살아있는 시간은 결코 외롭지 않다

진정 아름다움이 무었인지

마음에 불을 단 단풍은

바람이 부는대로 저 혼자였다

예고도 없이 증발하는 생

한 때는

순하고 착한 암컷이고 싶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