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농아처럼 고요하다
맑은향기 1
2020. 1. 14. 13:19
농아처럼 고요하다 / 박동미
낮게 엎드려 등 내준 채
길게 누워보는 시간
물기 젖은 웃음 적당히 말리며
시간의 문 열고
낡은 음반 속으로 들어가야지
내 어리석음과 절망까지
고해성사하듯 풀어내야지
지나간 시간
안개 빛 만나는 것은 아프다
무거운 짐 내려놓고
누가 내 마음 깎아내며
산 그림자 밀어 올리고 있다
살아있는 날의 무게
날마다 억장 무너지는 소리 담아
엉겨붙어 무너지다
온몸 바람소리 챙겨 넣고
상처처럼 자우지 못한 약속
유서 쓰듯 하나씩 읽어내야지
모래 속 달팽이 고독처럼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