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3:24

노을 / 박동미



낮과 밤의 경계선

누가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날아가는 기러기는

언제쯤 노을빛에 가 닿을까

어둠 속으로 몸 숨긴 사람들

곡차 몇 잔으로 가슴만 부풀고

내 마음의 빨간 지붕엔

파란 신호등 켜진다


누가 슬픔 나누고 있다

떠들썩한 세상 견디며

빈 방에 엎드리는 시간

지금쯤 고향에는

철쭉이 만발하겠지

우리가 만났던 눈물 속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말들

꽃잎처럼 후르르 떨어진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