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5:32

낯익은 문 앞에서 / 박동미



둥근 지평선

가슴에 얹어 놓고

구름 자국 밀어내면서

옥빛 하늘빛으로 다투었다


어깨 나란히 걷는 나무

푸른 그늘 아래

고독 달래던 수많은 전선들

너를 안아 올리는

키 작은 나무가 되고 싶어


갈잎이 커피 태워 마시며

뜨거운 상상력으로

느리게 달리는 시냇물 따라

무거운 그림자 만들었다


노을이 스며드는 기둥에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누워있다

풀벌레 갈잎 먹는 소리 들으며

얼굴에서 눈을 지우고

늦은 9시 창문 열어본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