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6:03

그리하여 / 박동미



내 결백함과 무관하게

매번 구름이 허물어지고

하찮은 일에도 자주 목이 메인다

구름이 해체되고 있다

외로운 사람 뒤통수 마냥

12월의 모습으로 각인된다


맞을 만큼 맞아야 화투패가 잘

돌아간다 팔광처럼 환한 달빛

매달아 놓고 여름 이겨냈는데

손톱의 봉숭아물이 잘려 나갈 즈음

벗은 발가락이 완성되어

지상의 아픔 지우고 갔다


오늘 거짓말처럼 조용하다

늦은 오후의 창문들

석고처럼 입 다물고 있다

사랑보다 이기적인 것은 없다

빗방울이 빈 은행나무에 매달려

공갈빵마냥 부풀어 전화벨이 울린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