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6:16

그리움 / 박동미



먼 산 눈이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인다

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불어나는 눈 때문에 말이 막힙니다

가난한 자의 슬픔은

아침 이슬 닮았다

따뜻한 등불 꺼지지 않도록

무슨 더 드릴 말이 있나요

세상 밖으로 넘치는 사람들

언젠가 잎들 모두 버리고

가볍게 내 몸 지나가면

맨 몸으로 소리내어 우는 나무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버린 오후

등 뒤로 들리는 까치소리

마음 빌려주고

슬픔이 손 뻗어 기다리는 2월

햇빛처럼 희고 캄캄하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