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6:42

겨울 단상 / 박동미



길 끝에서 삭풍에 맞서는 그대

어둠 한 트럭 부어놓고 갔다

어둠 훔치지 못해

소리 놓치고 허물어지네요

나를 노려보며

꿈길처럼 내놓은 말들

그대에게 흘러갑니다

삶 사랑한 죄

길이 잠시 멈추었다가

제 발자국 헤아리지 못해

장승처럼 서 있는

나무 방향으로 기울고 있네요

외로운 세상에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잃어버린 꿈 챙겨

따뜻하게 데워놓은 노을 앞에

어떤 사랑이 나를 길에 세워 놓습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