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7:04

감꽃 / 박동미



쟁쟁하던 한 때

찬 얼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감꽃 같은 내 벗은 모습

탱탱한 감꽃 같을까

발가벗고도 떫지 않는

세상 향해

등을 부여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두근거리는 뒤꿈치 감추고

오늘 하루 후회하지 않게

잘 살았다

골목 아래 공터에 감꽃 떨어져

행인들이 무심히 밟고 지나간다

아, 아프겠다

아주 잠깐 살아 있다

떨어져

꽃인 줄도 모르고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