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4. 17:22

3월 / 박동미

 

 

삶이란 얼마나 작은 것인지

꿈꾸며 기다리던 시간

술잔을 놓고도 취하지 않는

별처럼 그득한 설레임이 좋다

고단한 내 발등 닮은 그대여!

폭발하는 저 수상한 눈 좀 봐

삶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지

아름다운 배후에는 상처가 있다

 

희끗희끗한 봄날

발 디딜 틈도 없이

뛰어내리는 저 초록의 잔해

불안한 증거로

밀물처럼 밀려오는 슬픈 것

혼자가 다시 혼자가 되고

흐린 하늘 또 흐려서

지은 죄도 없이 그냥 미안하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