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5. 15:56
메주 / 박동미
쉿!
해풍에 알몸 묻었다
돌아보면 아득한 길
해는 아직 중천인데
눈 가린 채 그의 잠 속으로 들어가 몸 풀었다
누군가의 손길 기다리다
해질 무렵 알몸 잠시 흔들렸다.
흥건하게 풀어놓은 붉은 햇덩이
먼 데서 아랫도리 치는 소리 들린다
고된 삶에 지쳐 돌아누운 채
발가벗고도 부끄러움 몰랐던
풋풋한 시절, 별 총총 내려와
하릴없이 가슴 쾅쾅 친다.
사랑은 몸 부수는 일이다
한 끼의 일용할 양식 위해
몸 데우며 낯선 사람에게 말 걸었던
유년의 어느 날
융숭했던 대궐집 권세 말해주던
장독에 푸른 지평선 떠 있다
2019. 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