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박동미
동 회관 낡은 스피커에서
귀 어두운 아버지 위해
드문드문 섬처럼 떠 있는 말
변덕스러운 날씨 마음마저 눅눅하다
고향에서 씨 뿌리던
젊은이는 도회지로 떠나고
시퍼렇게 젊음 불태우던 고향 마을엔
경운기 소리 탈탈대며 멀어진다
자식들 짝 맞추어 분가시키고
점당 십 원짜리 화투 패 돌리며
손 닿지 않는 그리움이여!
시간에 갇힌 국기 게양대
뜬금없이 펄럭이며 손짓하네
등허리 자꾸 허전한 구멍가게
멸치 몇 개 안 주 삼아 단골 몇 명 막걸리잔
기울이곤 외상 장부에 올려놓고 간다
구부러진 하루, 비스듬한 슬래브 집 아래
메케한 구들장 속으로 허연 연기 달아난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에
저 굵고 단단했던 목숨이
흙 마시며 자식 낳고
뼛골 빠지게 한 땀씩 꿰매가던
늙은 주름 노을빛에 성글다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버럭 소리 지르며
자꾸 옹색해지는 세월
세상 모든 길은 고향으로 향한다
2019.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