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향기 1
2020. 1. 15. 23:25
난전 / 박동미
신 새벽
낚싯바늘 초승달에 걸려 울컥
여기가 어디쯤일까?
잠들지 못하는 파도
난전 펴고 바다 펼쳐놓는다
냉동실에 보관된 생선과
방금 도착한 생선이 기척 없이
어둠 가운데 누워 손님 기다리면
한숨 돌린 아버지
비릿한 앞치마에 어둠 닦는다
물머리에서 자맥질하는 일상
붉게 우는 구름 달래며
내장과 대가리 내리치던 도마
칼자국 선명하다
노을 삼킨 아가리 속으로
달빛 흥건히 젖어 들면
얼큰하게 취기 오른 아버지
온몸 욱식욱신하다
눈보라 칼바람에
제 몸 다 내주고 찬 서리 무성한 계절
등푸른 수평선 너머 물결 소리 퍼렇다
바다는 아버지의 뜰
갈매기 서늘한 균형으로
허공에 떠 있다
2019. 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