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스케이트

2011. 9.25 전주 전국대회

맑은향기 1 2018. 8. 31. 13:12

 

 

인라인은 각 부위의 시끄러움이며 헐벗음이다 / 박동미

 

도전은 아름답다~새벽 여명이 남긴 아스라한 먼 산자락이 안개에 쌓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첫사랑의 아련한 그리움처럼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가 익숙한 듯 밤을 달려 도착한 종합 경기장은 웅장하고 예술의 도시답게 경기장을 기와로 멋을 살려 아늑하면서 온화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떤 새벽이든 어둠이 밀려간 여백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행복한 인라이너들의 축전 전국 전주대회는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대구 인디지 회원 20여 명이 21km에 참가하고, 초보인 나는 6kn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전주 코스가 오르막이 많아 초보 달리기엔 위험하다고 만류해서 경기를 지켜보며 경기장 옆에서 혼자 인라인을 타며 회원들을 기다렸다.

 

20년 전 전주 일요화가 전시회에 초대받은 지인과 동행한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하지만. 아직도 나무로 짠 사각 모양의 뜨거운 돌솥을 바치는 받침 모양이 비빔밥보다 받침이 더 비싸 보여 비빔밥이 격조 있고 차원이 달라 보였다. 자리를 옮겨 창을 하는 모습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놀이 문화가 우리랑 너무 달랐다. 장구를 치며 흥겹게 민요를 부르는 화가의 모습이 세월이 많이 흘러 이름도 다 잊어버렸지만 친절하게 고속도로 입구까지 인도해서 대구 방향 가는 것 보고 차를 돌려 가던 따뜻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전주를 그립게 했다.

 

약속하면 바쁜 날이다. 약속이 잡히면 갑자기 바쁜 일 생기고 그 약속 지키려고 마음 졸이는 시간이 싫어 개인적인 모임은 하나도 없다. 그냥 친구 오면 가볍게 차 마시고 수목원 잠깐 다녀오는 게 편하고 좋다. 그날도 꼼짝없이 발을 묶고 말았다. 고민하다 약속 지키려고 떠났지만, 세상사 약속한 날은 꼭 바쁜 날이다. 인라인 회원들과 전국대회 참가는 처음이라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밤 11시에 퇴근하려고 하는데 노스가 전화 와서 로그너와 함께 차 타고 가자고 했지만, 먼저 가 있으면 택시 타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2시쯤 만나 매점에서 캔 커피랑 간식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초등학교 5학년 첫 열차 타고 수학여행 가듯이 기쁘게 출발을 기다렸다.

 

전국대회를 통해 자신의 운동량을 점검하고 큰 대회를 통해 더 분발하는 기회가 되리라 유치원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실력을 겨루어 보려고 새벽부터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8시에 시작하는 경기 때문에 바쁘게 몸을 풀고 출전하는 회원들을 응원하며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뛰는 선수처럼 심장이 방망이질했다. 한꺼번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 몇 팀으로 나누어 출발한다. 많은 팀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여러 사람이 도미노식으로 넘어져서 많은 부상자를 내기 때문에 언제나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사고로 이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한 운동이다. 드디어 우리 팀이 출발했다. 질주는 시작되고 끝없는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우며 뜨거운 태양 아래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회원 전원이 21km 무사히 완주하여 마음이 흐뭇했다. 모두가 지친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기록을 낸 사람이나 내지 못한 사람들 모두 최선들 다했다. 운동의 묘미는 함께 달리는 데 있다. 모두 몸은 지쳤는데 땀이 범벅되어 완주하고 돌아왔다. 무사히 경기가 끝이 나 안도하는 모습이다. 사고 없이 귀환했던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평소에 열심히 질주하는 것 멈추지 않던 공자님이 완전히 탈진 상태가 되어 돌아와 완주 메달을 내게 주었다.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인라인 타라는 무언의 격려 같아 받았다. 여름 명곡 정모 때 물놀이 같이 갔지만 언제나 말이 없고 조용한 성품의 공자님 속 깊은 마음 안다. 며칠 잘 간직했다가 氣를 받고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더 전진하는 모습은 진정한 챔피언 감이다

  

몇 달을 기다린 시간에 비해 잠깐 사이 끝나는 짧은 경기 시간이 아쉬웠지만, 기다림도 경기하는 설렘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처음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져 본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 함양 유명한 오곡밥 집으로 향했다. 푸짐한 음식 앞에 우리는 맛있는 오곡밥에 마음 뺏기며 마음 놓고 곡차로 덕담을 나누었다. 좋은 사람들과 운동을 통해 알게 된 사심없는 모습에 우리는 어느새 한가족이 되어 잔을 돌리며 오곡밥과 수육, 여러 가지 산나물로 행복한 만찬을 했다. 

 

점심을 먹고 숲길을 걸으며 1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때마침 함양 축전 기간이라 여기저기 구경하며 인삼 튀김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아쉬움을 남기며 대구로 출발했다. 차창 밖의 풍경은 벼가 황금색으로 익어가고 단풍은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결실의 계절답게 하늘이 높이 올라가 모처럼 가을을 만끽하며 긴 하루의 여정이 끝이 났다. 집행부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덕분에 좋은 여행이 된 듯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그림자 마냥 뒤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고마운 사람들 있어 즐거운 여행길이 된다. 대구인디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모범 인라인 동호회로 오래도록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지만 때로는 흘러가지 않는 것도 있다. 어느 멋진 날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그림처럼 남을 것이다

 

참석한 회원 : 길공장. 막달리자. 홍대리. 로그너. 찌야. 스프링. 공자. 오미. 싸모님. 은석. 느와르. 깨비. 일인이. 문언니. 구불러라.외 2인 뽀송. 현지니. 노스. 토끼장군. 스타. 리미. 세이지. 봉쥬. 살구향기. 데쓰. 사유 .웅이아빠.외 1인 맑은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