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리 문학관 문학기행 후기♡
가나 쵸콜릿에 대한 예의
가을비 내리는 아침이 조심스럽게 밝아왔다. 염려스러움과 설렘으로 8시 조금 넘어 40명이 기분 좋게 출발하여 따끈한 떡과 다과로 맛있는 소풍이 시작되다. 고속도로로 달리기 시작할 즈음 족발과 알코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문학 기행,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비에 젖어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가슴 뭉클하게 한다. 원주 방향으로 다가갈수록 단풍이 알록달록 마음마저 물들이다.
박경리와 만나다- 박경리의 토지는 26년에 걸친 집필기간 끝에 완성된 5부 21권 분량의 대하소설이며 여러 비평가로부터 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지는 갑오년 동학 농민혁명과 갑오개혁 등이 지나간 1897년 한가위부터 광복의 기쁨을 맛본 1955년 8월 15일까지 한국 근대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전형적인 한국농촌을 비롯하여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등 광활한 국내외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
선생이 아끼고 매만지던 단구동 집 텃밭에서 일하고 난 후 바위에 앉아 고양이와 더불어 호미와 책을 옆에 놓고 잠깐씩 쉬던 모습의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일제 강 정기에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광복 직후 결혼했지만, 남편은 6.25 전쟁과 더불어 세상을 떠나고 그 후 어린 아들마저 잃고 절망에 빠진 선생님에게 글을 쓰는 일은 유일한 삶의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유명한 작가 한 사람이 원주시를 살리고 있었다. 문학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다. 우리는 박경리 문학관을 돌아보고 양푼이 해물 집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영주 소수서원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액서원이다. 조선 중종 37년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 향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가 중종 38년에 유생들을 교육하면서 명종 5년에 풍기군수 이황의 요처에 의해 '소수서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을이 익어가는 선비마을?빗소리 너머 유생들의 글 읽은 소리 들리는 듯, 사람은 가고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빈집에 해설사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시간보다 더 바쁘게 하루가 저물기 시작한다. 우리는 얼른 버스에 올라 아쉬운 마음을 풀기 위해 장기 자랑을 하며 함께 어우러져 시간 가는 몰랐다. 아뿔싸 회장님이 휴게실에서 버스 놓쳤다. 우리는 혼비백산 마이크를 강제로 끄고 긴급상황에 들어가다. 몇 명이 함께 회장님을 모시고 택시로 대구에서 만나자고 했지만?모두 한마음으로 차를 돌려 회장님을 모시러 가자고 했다. 일사천리로 버스를 돌려 어둠 속을 달려 휴게실로 돌아가서 회장님과 접선하다. 그런데 또 다른 회원이 없어져 난리법석이다. 회원들이 내려 사람을 찾으러 다니다 컵라면 먹고 있는 회원을 찾아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출발하기 전 김학조 국장이 인원파악에 나섰다.
하나, 둘, 셋~~한 명 남습니다~~~황당하다 한 사람 남다니~신철균 사무국장이 인원파악을 다시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또 한 사람 남습니다~~이런 시츄 레이션 한나절 만에?어찌 한 사람이 남는다. 말이고, 우리는 버스가 뒤집어지도록 웃음바다 되었다. 돼지 소풍이 생각났다. 처음부터 인원 파악이 잘못되었다. 회장님께서 회원들 주려고 초콜릿 40개 사러 간 사이 버스가 떠나버려 사상 초유의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너무 놀라서 혼비백산이 된 우리는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세상에 이런 일이~회장님 달콤한 초콜릿 눈물 나도록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20년 만에 회장님 잃어버린 문학 기행은 처음이다. 2차 노래방 가려던 계획도 취소 되고 얼큰한 짬뽕 한 그릇 먹고 착한 문학 기행은 막을 내렸다.
많이 참석해서 즐거운 문학기행을 선사해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린다 회장님 모시러 가면서 시간이 지체되어 많이 늦어졌지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우리 회원들 21세기 문학이 지성인의 산실임을 알게 해준 사건이다. 혹시 미비하고 부족했던 부분들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바랍니다. 행사 때 마다 맛있는 봉지 만들어 준 김학조 사무국장님 봉지의 달인으로 인정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빛나는 주연 신철균 사무국장님께도 고마움 전하며 여 간사님들 얼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번 간사는 영원한 간사입니까? 제가 손님 받고 술 팔고 음주가무 다 했습니다요
행복한 시간 동행해 문학의 길잡이 구석본 교수님을 비롯 구관모 회장님 모든 회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2012. 10. 28.
시인 박동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