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콩나물 [대구문학 104호]~~
맑은향기 1
2018. 9. 6. 16:42
콩나물 / 박동미
빼꼼히 쳐다보는
웃자란 만삭의 저 봉분
가뭇한 발을 오그린 채
기다란 목으로 건기의 저녁을 견딘다.
솟구쳐오를 적마다
무명보다 질긴 나이론 끈이
목을 조여와
소맷부리를 가만히 당겨 보는 것이다.
당신, 배꼽 생겨나기 전
줄기가 논둑을 길게 휘감으며 강물에 걸려 있다.
잠 못 자고 붉은 심장에
쓴 물 들도록 아파 보았는가
몸뚱이 부대끼며 썩어가도
잿빛 구멍 숭숭 뚫리며
죽근깨가 촘촘히 박혀 있다.
조물조물 무쳐내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질리지 않아
막걸리 한 잔에 주인 행세를 해도 손색이 없다.
시장 한 모퉁이 좌판에서 한 묶음에 천원!
서러운 사람 목구멍에 허기진 밤
달빛 한 섬 나붓나붓 낮게 내려앉더니
통통하게 물오른 흰 종아리
밥솥에 밥물 안치듯,
낮은 곳,
낮은 곳 향해 한 생이 기울고 있다.
제 17회 청하백일장 일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