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대구문학 9,10월 특집] 해외문학기행 앙코르왓, 하롱베이 ~

맑은향기 1 2018. 9. 6. 19:34

앙코르왓, 하롱베이 / 박동미

 

 

떠나기 전 너의 부푼 가슴에 몇 움큼의 꽃다발을 안겨본다. 예의를 모르는 손님처럼 불쑥불쑥 살아나는 불씨 앞에 조용히 일상을 내려놓고 헐거워진 마음 다독여 본다. 여행의 참맛은 훌훌 털어버리는 일탈의 달콤한 꿈같은 거다. 작년 북경 내몽고 다녀오고 두 번째 참석하는 문학 기행, 앙코르와트의 검고 푸른 천 년의 세월은 생각만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여 하노이 도착 후 연결편으로 3시간 기다려 비행기를 갈아타고 씨엠림에 도착했다. 신과 왕을 위해서만 춤을 추던 압살라 전통 민속춤을 구경하며 현지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고 압사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앙코르와트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12세기 전반에 수리아바르만 2세가 힌두교의 비슈누 신과 일체화한 자신의 묘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되었으며, 힌두교의 신들과 그 대리인인 왕에게 바쳐진 장대한 건축물이다.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신비스럽다. 1,100년 전에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건립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건축물에는 크메르인들의 독자적인 문화와 그들의 우주관 및 신앙관들이 담겨 있다. 막강한 권력으로 다가온 세련되고 정교한 돌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혼백이 깃들어 있는 듯, 긴 세월은 작은 한순간을 살다가는 우리에게는 좀 추상적이다. 남아시아 최강의 문화를 꽃피웠던 크메르 왕조의 역사는 "앙코르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듯하다

 

 

캄보디아는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다른 듯, 눈 맞추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햇빛 속으로 사라지고 원, 달러를 외치는 별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빛이 가슴 싸하게 한다. 지식인과 민간인이 무차별 학살당한 캄보디아의 역사는 전쟁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와트라의 작은 사원에는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모셔놓은 위령탑에 실제 유골들이 모셔져 있어 슬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은 크메르 제국을 조상으로 둔 자손들이다. 왜 원, 달러를 구걸하며 힘들게 살아가는지 킬링필드에 대해 꼭 이해 해야 한다. 우리도 전쟁을 겪은 나라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시기를.

 

 

툭툭 이를 타고 울창한 숲을 따라 밀림을 달리며 타이머신을 타고 날아온 듯, 일행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툭툭 이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사원을 둘러보았다. 바이욘 사원은 불교사원으로 웃는 관세음보살상이 새겨져 있고, 책 대신 벽면에는 크메르인의 역사와 일상생활을 기록한 부조가 새겨져 있다. 왕궁의 정문인 동쪽 입구에 약 350미터 늘어선 단상으로 왕의 행사나 군인들의 사열을 관장하던 곳으로 당대 세계 최고의 권력과 기품을 가진 왕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코끼리 테라스 와 바푸온 사원 레퍼왕 테라스 등 관광하고 타프놈에 도착했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에게 헌정한 불교사원으로 건축학적 아름다움보다 사원을 붕괴시키는 자이언트 팜 나무가 유명하며, 폐허의 미학이라고도 한다. 사원에는 이엥나무, 흑단 나무가 있다. 이엥나무에서 나오는 검은 액을 모아 호롱불을 켜고, 흑단 나무는 비싼 가구 자재로 사용한다. 자이언트 팜 나무가 뱀처럼 사원을 휘감으며 세상의 소용돌이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자연의 파괴력이 어떻게 인간에게 유적을 파괴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내버려 두었다. 시간은 영원한 시간이고 나무는 영원한 나무다. "툼레이더" 영화 촬영지로 세계적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여기서 떠들던 세상도 저만치 사라지고 사랑이 가면 세상도 가고, 봄날의 잠깐이다.

 

  

배를 타고 수상촌을 구경했다. 평화롭게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여인들을 볼 수 있다. 간간이 텔레비전도 보이고 빈부의 차이를 느끼는 큰 집도 보인다. 황토물로 씻고 마시며 조상 대대로 강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녹 녹 치 않은 삶, 한평생을 조그만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며, 재산 등록을 한다면 평생 번 돈이 오만 원 정도, 그래도 그들이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 물 위에 살면서 물이 귀한 사람들, 요즘은 식수는 보급해 준다고 한다. 한없이 자유롭게 자연과 더불어 단순한 생활을 하는 자연인이다. 톤네샵호수와 작은 킬링필드인 왓트마이 관광 후 공항으로 이동해서 시엠림 출발해서 하노이에 늦은 시간 도착하다. 여행은 길 위에서 기다리며 인생을 배운다.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상징이다. 점점이 떠 있는 섬을 찾아 나서는 길은 황홀하다. 세계 자연유산인 하롱베이는 3,000여 개 섬이 수채화처럼 맑고 깨끗한 한 잎의 사랑처럼 다가왔다. 유명한 "인도차이나" "굿모닝 베트남" 영화 배경이 희미한 기억 속에 지나간다. 보트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돌아 동그랗게 감싸 안은 봉오리마다 길 잃은 행성이 내려와 기암절벽을 만들어 놓으듯,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며 석회 동굴을 감상했다. 석순이 자라지 않고 천장은 요플레 떠먹은 형태로 물이 가득 찼을 때 파도에 생긴 모양이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이 노를 저으며 가랑가랑 노래 부르며 지나간다.

 

 

마지막 여행 코스다. 하노이로 이동하는 차창 밖은 개발을 기다리는 땅이 아깝게 버려져 있고 우리나라 60년대와 비슷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의 시선도 여행 일정표를 보며 침묵하고 있다. 시클로(자전거에 의자를 달아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 한 명씩 탑승해서 시내 관광 후 호찌민 묘소 옆에 있는 일주 사에서 한 기둥을 둘러보았다. 물 위에 기둥 하나로 만든 사원으로 자식을 갖고 싶은 사람이 기도하면 효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소나기 한줄기 내려 서둘러 우산과 우비 옷을 꺼내 입었다. 비단 광장은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업적을 남긴 호찌민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평소에도 호찌민 묘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1945년 호찌민이 독립 선언문을 낭독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청빈한 삶을 살다간 위대한 지도자를 그려보았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다녀가셨다.

 

산맥처럼 든든한 문학계의 대 선배님과 동행하는 행운을 얻었다. 구석본 회장님은 여행을 통해 문인협회 회원 간의 친목 도모와 자신을 뒤돌아보며 인생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고 문학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책을 많이 읽어 문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열변 토하던 송일호 수석부회장님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대단했다. 문학이 있어 삶이 향기로운 인생길이 되었는지 모른다. 여행하면서 귀한 두 분을 알게 어떤 의미가 되었다. 김상립 선생님과 매일신문 문화부장 이대현님, 두 분의 말씀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사느라 사람의 참모습을 서로 놓치고 산다. 나도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여행은 돈 많이 주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싼 가격에 가면 패키지여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 명도 뺄 수 없는 포로가 되어 마사지 3일 받고 팁 줘가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점을 여러 군데 돌아보고야 일정이 끝났다. 앙코르왓의 웅장한 역사와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에 상점을 몇 곳을 돌아야 하는 불편함과 불쾌감을 용서하시기를~~ 굿바이 사이공!

 

 

~ 대구문학 9.10 월호 해외문학기행 특집 ~

   시인 박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