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2015년 자귀 꽃 [계절문학 31호]

맑은향기 1 2018. 9. 15. 00:34

 

 

자귀 꽃 / 박동미

 

 

 

핏빛 같은 설움이

울컥울컥

자궁을 밀어낸 달의 뒷문,

잠든 여인의 깃털 같은 속 눈썹으로

초경의 혈흔처럼 붉어지는

한순간,

생의 한 귀퉁이

날개 깃 하나 얹어

밤이면 불면의 휘청한 몸들

낱낱의 꽃잎을 포개고

자귀나무 붉게 운다

 

날랜 몸짓으로

화르르 가슴 열어젖히는

부러진 날개들

꽃불 질러 놓을 때마다

거미줄의 간격으로

제 몸에 상처 하나씩 새긴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자귀 꽃 겁 없이 타오르는 밤

바람에 흩어져 잊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