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부문ㅣ 심사평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전국적인 행사로 공모해온 인천시민문예대전이 올해로 29회를 맞았습니다. 수필은 흔히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쓰여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좋은 수필이란 주제가 선명해야 하고 소재의 의미화는 물론 주제의 형상화와 더불어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될 때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필을 자신을 향한 고백일 뿐만 아니라 남에게 읽혀지는 글이므로 세련되고 감칠 맛 나는 문장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읽을 만한 내용이어야 하겠습니다. 응모된 글이 모든 것을 갖추기는 어렵더라도 독자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응모된 작품 중에는 생활문예 그친 글, 또는 소설인지 수필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글, 그리고 맞춤법이 틀리거나 문장수련이 덜 된 글 등이 있었습니다. 인천시민문예는 신인등용문의 역활도 담당하고 있기에 더구나 단 한편만을 선하기에는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박인자 님의 수필은 자신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흔히 주부수필이 가지는 안분자족하는 삶의 궤적과는 다른, 생활 속의 절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의 수필 <희망계약서>는 한자리에서 고지식하게 25년간 장사를 했는데도 경제적 부를 이루지 못하고 건물이 팔립니다. 새로운 주인과 돈을 더 주고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서도 받아보지 못한다는 다소 참함한 내용입니다. 박인자 님의 글은 삶이 어려워도 넋두리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세련된 문장으로 잔잔히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입니다. 글 초입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은행나무를 통해 아버지를 연상하며 제목을 통해 새로운 계약서가 희망계약서임을 의미화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비유한 은행나무를 통한 희망의 의미화가 글 말미에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간결하지 않은 장문이나 거슬리는 문장이 좀 있더라도 다른 장점들을 상쇄시켜버리기에 박인자 님의 글을 선정합니다.
그 밖의 정유진 님의 <분노의 눈동자>는 남에게 받은 고통스러웠던 분노의 눈동자를 아이를 혼내던 자신과 병치시키며 뉘우치는 글이어서 호감을 주었고 김정은님의 <루체른 호수>는 스위스 여행 중 자신의 개인적 체험이나 감상을 적었으나 그 이상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상구 님의<갑봉씨 부자>등은 생활 속의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로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야기의 전달로 그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의 열정을 생각하면서 마음 깊이 고마움을 전합니다.
심사위원: 김묘진 수필가, 정이수 소설가
ㅡ2018년 제29회 인천시민문예대전 당선작 작품집 중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