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2005년 선율 동인지 제 11집을 기다리며 / 박동미

맑은향기 1 2019. 1. 12. 14:43

선율 동인지 제 11집을 기다리며 / 박동미

큰 고비 작은 고비 참 많이 겪고 보았을 큰 나무는 여전히 한 나무이면서 또 여전히 좋은 그늘이다. 선율동인도 나무처럼 좋은 그늘로 남고 싶다. 동인지 11집이 내일 나온다는 편집장의 전화 받고, 기쁨이 노을처럼 번지는 오후, 뒷걸음치는 햇살과 바람까지 불어와 어둡던 마음 환해진다. 내일 시집 1000부,봉투 500부 모두 가져 오기로 했다. 문학 회비는 한달에 만원으로 오르는 물가에 밥 한끼 값이지만, 문학을 토론하고, 인생을 논하는 진정한 문학회로 자리 잡았다. 빛은 밝은 쪽으로 흐르듯 마음이 어느새 하나로 닮아 있다.

문학과 함께한 십년, 어느 모임에서도 보기 드문 따뜻한 인간애가 있어 만나면 반갑고 가족처럼 끈끈한 정이 흐른다. 회비 아껴 동인지 만들때 보태려고 알뜰하게 인영이 집에서 문학 모임 한다. 인영이도 11집에 3편의 시를 발표했다. 황두철,김의숙의 분신이며,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팔개월부터 유모차 타고 문학 모임에 참석했다. 인영이는 글은 맑고 순수하다.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본 받아야 한다고 반성했다. 의숙씨의 요리 솜씨는 수준급이다 뚝딱하면 근사한 요리가 된다.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마음 편하게 해준다.

이제 인영이가 문학회 모임 참석을 거부한다. 좀 컸다고, 옆 집에 맡기고 문학 모임 가라고 해서, 남의 집에 빈번히 아이 맡기고 가기 그래서, 인영이 덕분에 집에서 한다. 샤브샤브, 제주도 오겹살 등, 근사한 요리로 매번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작품 토론은 뒷전이고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부부다 . 선율이 알부자가 되도록 후원 해준 공로로 가난한 회비 털어 감사패 만들어 주자고 말로만 그러고 아직 한번도 실천해보지 않았다. 낮게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마음들이 있다. 회비는 알뜰하게 모아 시집 낼때 쓰고, 부족분은 십시일반 형편대로 낸다. 김영 선생님은 칠십되신 연세에도 소녀처럼 맑고 고우시다. 선율동인의 버팀목이시다. 지난 봄에 우포 늪 문학기행 갈때도 오징어 넣고 부침개랑 절에서 먹어 보던 깻잎을 찹살 풀에 발라서 말린 귀한 음식 준비해 오셔서 인기 짱이셨다. 자연에서 좋은 작품 구상 하는 소풍이었다.

글은 안되고 마음만 동심으로 가득 채워왔다. 우포 늪에서 마시던 캔맥주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참가상으로 필통 하나씩 선물로 준비한 유치한 나의 발상이지만 솔솔한 재미다. 김영 선생님은 개인 시집도 내셨다 든든한 선율의 지주시며, 어머니 같은 분이다. 그리고 김은수,황두철 국가공무원, 박금선 공인중개사,김의숙 수간호사 선율은 모두 고급 인력이라고 은근히 나는 자랑한다. 지나고 나니 모두가 고.맙.다. 언젠가 세월 지나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문학 모임은 작품 보다 인간애가 더 중요하다 교수님께서 작년 10주년 크게 하자고 하셨지만, 선후배들 부담 주는것 싫다고 그냥 우리 하는데로 조용한 식당에서 교수님 모시고 후배 회장단과 십주년 출판기념회를 초졸하게 했다. 행사 하는것 싫어하고, 내세우는것 싫어하고, 부담 주는것 싫어한다. 이런 마음이 십년 세월을 견디게 했는지 모른다. 교수님께 부탁해서 선율동인에 잘 어울리는 참한 사람 추천 해달라고 부탁 드렸다. 선율 색깔에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 기다린다.

세월에 떠밀려 자꾸 인원이 줄어들고 십년 전 문예대학 수료생들로 구성이 되어 3개월간의 문학수업이 끝나면 동아리 만들어 문학 토론 뜨겁게 했었다. 수료식때는 30명 정도 되었는데 우리는 3기 글바치 문학회였다. 인원이 자꾸 줄어 어쩔수 없이 4기랑 합쳤다. 물빛동인 정정지 선생님께서도 함께 문학 공부 했었다.초등학교 은사님이시다. 단아한 모습의 고운 선생님,어린시절 희망이며, 꿈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셨다. 문학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을 다시 만났지만, 차 한잔 대접할 기회도 없이 바쁘게 지나가버렸다. 방가후 가정 방문 때도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 다녔었다.

詩라는게,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워 한계에 부딪혀 한사람씩 떠나 갔다. 선율은 4기였는데 3기랑 합쳐서 다시 출발했다. 삶 때문에 떠나고 등단했다고 떠나고, 뒤돌아 보면 어려움도 많았다. I.M.F.때는 동인지 못낼 위기의 상황도 있었다. 직접 발품 팔아 인쇄소에서 책 모양만 겨우 갖추어 문집 형식으로 어렵게 선율 제 5집 "이팝나무의 추억" 36만원에 만들었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뒤돌아보면 귀한 5집이다. 초라하고 볼품없지만 어려웠던 시절의 교훈처럼 해체 되기 직전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동인지 못 낼뻔 했었다. 그 시절을 잘 넘기지 못했다면 오늘의 선율은 없다. 해마다 한 권의 시집을 낸다는것, 어떤 의미보다 자신에게 자랑스럽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위하며 함께한 시간 회원이 적으니까 가족적이라 좋은 면도 많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의 선율로 남기 위해서는 인원을 더 영입해서 큰 나무로 거듭 나야한다 양적인 것보다 인간적인 그런 아름다운 동인이 되었음 좋겠다. 시와반시 문예대학 출신중 유일하게 13집까지 냈다 .다른 기는 모두 깨어지고 몇개의 동인들만 활동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모임이라 오래도록 문학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 보다는 우리 라는 생각을 먼저해야 한다. 문예진흥기금 신청도 해두었는데 잘 되어 지원 받을 수 있었음 좋겠다. 인원이 너무 적어 그게 문제가 될것 같다. 하지만 잘 되리라 믿는다. 새로운 사람 영입하면 분위기도 조심스럽고 걱정도 되지만 서로가 하늘이 되어 주면 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교수님께 의논 드렸다, 오늘은 시집 가는 전 날처럼 마냥 설레인다. 어떤 모습으로 시집이 나올까 교정하면서, 제목 정하고 서둘렀다. 동인지 나오면 항상 설레인다. 긴 세월은 한 순간을 살다가는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추상적인지 모른다. 부끄러운 내 마음 담아 낼수 있음이 감사하다 괜찮은 일이든 아니든 생명의 힘 앞에 경건해지는 인간은 그래서 아름답다.



박동미 함께한 시간에 비례해서
깊어지는 사람의 사이처럼
산에서도 함께한 만큼 보인다.
제비꽃 한 송이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함께할 수만 있다면 ..
선율이 자연속에서 세상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살아가는데 귀중한 지침서가 되었으면..
{이반의 산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