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멜랑콜리 {2019. 대구문학 3월호}
맑은향기 1
2019. 3. 10. 02:54
멜랑콜리 / 박 동 미
구름 능선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버려진 섬처럼 딱딱한 발목이 허기와 나란히 앉아 뼛속까지 비우며 녹슨 레일의 오르막을 달린다. 무당벌레의 등껍질을 뒤집어쓴 얼룩진 육신은 온몸의 뼈가 뒤틀리듯 진통의 터널 통과한다. 암호처럼 그려진 수많은 노선 내 몸은 언제나 촉박하다. 예기치 못한 죽음처럼, 지문 없는 도시 삶의 이력만 요란하다.
꿈을 좇다가 나를 놓칠 때가 있다. 세상을 향해 헛구역질해대며 꿈속으로 들어간 은발의 할머니 태반의 늪에서 눈 밝은 새처럼 정충을 쪼아 먹으며 동굴 안 깊숙이 들어왔지요. 어린 햇살이 산란하며 짜는 금빛 손바닥, 벼룩시장 정보지를 읽으며 네 징후를 포착한다. 응급차의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구겨진 지폐처럼 슬픈 내면의 기록이 떠돌아다닌다.
뒹구는 프로펠러, 폐기된 샤갈의 앞가슴뼈, 아가미의 힘으로 니코틴 중독의 폐부에서 발광하는 쾌락을 누르며 역사는 전환점에 이르지 못하고 그것들이 겨냥한 과녁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려고 붉은 심장에 쓸개즙 터트리며 은밀한 순금의 맥을 찾아 빙하를 거슬러 뼛골 돋운다. 변명으로 말라붙은 입술들, 녹슨 레일에 몸을 포개는 불온한 상상은 치명적이다. 내 죄에 대한 단서가 깜빡일 때마다 향기로운 말 더듬어 부르다가 탯줄 끈은 꽃자리들, 당신은 오늘 안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