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봄길

맑은향기 1 2020. 1. 14. 12:11

봄길 / 박동미



새삼스럽게 길은

느리게 떨어지는 일몰 위에 멈췄다

곱게 물든 노란 꽃들  좀 봐

겨울 내내 술병처럼 스러져 있더니

쉽게 허락하고 말았네

푸른 숨 내쉬며 옷 벗는 하늘

두 볼 가득 꽃물이 들었네

옥빛으로 흔둘렸을 내 그리움

매친 듯이 올라오는 뾰족한 저 모가지들

사정없이 비틀어 꺾어

장농 속에 걸어놓고 싶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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