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

수필부문ㅣ 심사평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전국적인 행사로 공모해온 인천시민문예대전이 올해로 29회를 맞았습니다. 수필은 흔히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쓰여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좋은 수필이란 주제가 선명해야 하고 소재의 의미화는 물론 주제의 형상화와 더불어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될 때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필을 자신을 향한 고백일 뿐만 아니라 남에게 읽혀지는 글이므로 세련되고 감칠 맛 나는 문장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읽을 만한 내용이어야 하겠습니다. 응모된 글이 모든 것을 갖추기는 어렵더라도 독자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응모된 작품 중에는 생활문예 그친 글, 또는 소설인지 수필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글,..

수필 2018.12.19

1.희망 계약서 외 2편

희망 계약서 / 박인자 (박동미)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 되면 비워 버린다. 세상사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그릇의 크기만큼 삶을 살아간다. 오늘 하루가 오래된 약속처럼 분주하게 붉은 노을 지키고 있다. 그 많던 들녘의 풀꽃과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리운 사람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가고, 길 건너편 은행나무만이 유일한 친구 되어 평화롭게 서 있다. 봄이면 아기 손바닥 마냥 파릇파릇 잎 달고 여름 되면 잎 키워 숲 만들고 가을 되면 노란 단풍과 열매 아낌없이 주고 겨울이면 빈 몸으로 칼바람 견디며 평생 오일장 돌며 난전에서 생선장사 하던 아버지처럼 늘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 요즘 들어 낯선 사람들이 부쩍 건물 보러 오곤 해서 불길한 예감 들었는데, 드디어 건물이 팔렸다. 1..

수필 2018.12.19

아름다운 고택 인흥마을

아름다운 고택 인흥마을 / 박동미 신라 시대부터 아름다운 동산이라는 뜻의 화원 동산은 우거진 숲을 자랑하며 오랜 시간 시민의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그 옆으로 낙동강 끼고 여름이면 화원유원지 모래사장에서 모래찜질하느라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찜통더위에 빈 수박껍질 머리에 쓰고 온몸을 모래로 덮어 얼굴만 쏙쏙 내놓은 모습은 빛바랜 추억이 되었다. 그 넓은 은빛 모래사장도 사라지고 강물 위를 유유히 노를 저어 가던 뱃사공도 사문진교가 생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라지고 잊히는 것이 한둘이겠는가, 변화 속에서도 가문의 뿌리를 꿋꿋이 지켜가는 우리 고장의 자랑, 인흥마을 남편 문 씨 세 거지를 찾았다. 인흥마을은 달성 2번 버스를 타고 본리리 종점에 내리면 아름다운 고택 문 씨 세 거..

수필 2018.09.1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박동미 가을은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차가운 거리 별빛 따라 걸으며 너의 이름 불러 본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핑크 장미 한 다발 샀다. 환하게 첫 휴가 오는 아들 맞이해야지, 먼 마을 불빛은 산 아래서 따뜻하게 살아나지만. 어둠은 왜 슬퍼 보일까 왜 어두워지고 나서야 달빛은 저토록 곱단 말인가, 너도 나처럼 찬바람 가득한 밤하늘 바라보며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는지 궁금하다. 내 삶의 기쁨은 너에게서 시작되었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밝은 달빛 향하자. 저 웅크린 사람들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히는 달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골고루 달빛 나누어 준다. 낙엽 구르는 소리도 어둠 뒤에 숨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바라보는 먼 산, 어둠은 내 몸의 몇 배의 크기로 ..

수필 201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