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맑은향기 1 2018. 9. 6. 19:55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박동미
 
가을은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차가운 거리 별빛 따라 걸으며 너의 이름 불러 본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핑크 장미 한 다발 샀다. 환하게 첫 휴가 오는 아들 맞이해야지, 먼 마을 불빛은 산 아래서 따뜻하게 살아나지만. 어둠은 왜 슬퍼 보일까 왜 어두워지고 나서야 달빛은 저토록 곱단 말인가, 너도 나처럼 찬바람 가득한 밤하늘 바라보며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는지 궁금하다. 내 삶의 기쁨은 너에게서 시작되었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밝은 달빛 향하자. 저 웅크린 사람들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히는 달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골고루 달빛 나누어 준다. 낙엽 구르는 소리도 어둠 뒤에 숨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바라보는 먼 산, 어둠은 내 몸의 몇 배의 크기로 부풀어 있다. 하루의 마지막은 언제나 어둠이 무릎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끝이 난다. 아들의 첫 휴가다 내일 오전 여덟 시에 출발하면 네 시에 도착 예정이다. 8시간이란 긴 시간 강원도 화천에서 출발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자유처럼, 하루가 감기에 걸린 듯하다.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던 새벽의 기상 나팔소리에 내 청춘도 까닭 없이 죽고 싶을 때가 있었다. 돐 사진엔 아직도 공갈 젖꼭지 물고 동그란 눈이 생글거리며, 웃어주던 기억이 훈장처럼 박혀있다.

태양의 영토, 몰래 카메라 있다면 너의 일상 들춰보고 싶었다. 아직은 작대기 하나 달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신병의 하루 못내 궁금하다. 참을성 부족한 너 때문에 단체 기합으로 여름 끝 달구고 있는지, 재대 날짜만 헤아리며, 소박한 꿈 간직한 20 대 부질없는 마음 오늘도 네 곁에 머물고 있다. 어쩌다 잘못 전해진 연애편지 받아들고, 감정의 농도 조절 못 해 감동으로 가슴만 졸라대는지, 뜨슨 방에서 마음껏 뒹굴던 집이 그리울 것이다. 멀리 달아둔 별이 가장 빛나듯이, 몸의 일부만 허락했을 뿐인데 군사 우편만 받아들면, 애국자 된 듯 가슴 뿌듯하다. 이제 몸짓 멈추고 계급장 하나 다는 날 기다려야지. 한낮에 무작정 네게 달려가 숲의 끝 이르러 뒷걸음치던 하늘, 너의 희망은 나의 것, 이제 그리움에 머뭇거리지 않겠다.

배치 받았다는 연락 받고 면회 갈 시간이 없어 고모가 땅콩 깨엿 특별히 주문해서 너에게 보내라고 수원에서 큰 박스로 보냈다 면회 못가는 대신 멋진 이벤트 준비했다. 핑크빛 미니장미는 하얀 화선지로 곱게 포장해서 그 위에 장미 예쁘게 부쳤다. 연애편지 보내듯 정성스럽게 포장을 했다 "장미와 엿" 그런데 부대 들어가는 소포는 검열해서 뜯어 보고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정성들여 포장한 장미를 손상되지 않게 보낼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 며칠 지났다. 하루 이틀 지나 엿을 두들겨보니 첫날은 흔들리더니, 날씨가 너무 더워 녹아 들러붙었는지 꼼짝 하지 않아서 걱정 되었는데 며칠 전에 받아 본 대대장의 편지가 생각나서 "건강하게 내 자식처럼 잘 보살피겠다고 걱정 하지 말고 안심하라던" 안부 편지는 배치 받으면 모든 장병에게 모두 보내는 편지 속에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몇 번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옛날 같은면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인데 흔쾌히 부치라고 하면서, 자신의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직접 전달해주겠다고 해서 대대장 앞으로 택배로 보냈다. 최고 고위층이 전해준 엿 받아들고 졸병이 얼마나 놀랬을까, 많은 장정들이 달콤한 엿을 나누어 먹고 꿈나라에서 어머니 만났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시간은 잠깐이다. 춘 삼월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으로 화랑 관광버스에 혼자 태워 보내면서 가슴으로 피 눈물 흘렸다. 어느 부모인들 다르겠는가 속으로 울면서 태연한 척 웃으며 손 흔들었다. 강한 모습 보이려 연극처럼 멋지게 이별 하려고 애써 참았다. 이별에 익숙치않아 그때 생각하면 가슴 아려온다. 강하게 키우고 싶어 마음 놓고 표현 한번 해 주지 않고 엄하게만 키웠는데, 얼마 전 드디어 포상휴가 받아 와서는 자유가 너무 좋아 얼굴이 확 피어 있더니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해 하는 네 모습, 하지만 너를 믿는다.

몇 달은 잠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굳게 닫힌 방문 부근에서 서성거리다가, 빈방에 들어가서 오래도록 앉아 있기도 했다. 전국이 영하의 날씨로 얼어붙었다는 일기 예보가 연일 보도 되고 있었다. 바삐 흐르는 강물 보며 겨울도 깊어지고 세월도 깊어지는지, 세상이 적막해서 울면 저 산도 울었다. 가장 가볍게 뒤뚱뒤뚱 첫 걸음마 할 때 숨죽이며 그 모습 바라보며 온 가족이 행복했던 순간은 잊을 수 없다. 벌써 금세 달려올 것만 같다. 면회 한 번 못 가고 미루다 벌써 재대 말년이다. 장조카도 아들이 근무하는 그 자리에서 근무했다. 묘한 인연이다. 큰 오빠 사업 실패로 결혼하기 삼 년 전에 사대부 집의 멸망을 지켜봐야 했던 아픈 기억들도, 희미하게 지워지고 큰 오빠는 화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언 몸으로 언 땅을 딛고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 아름다운 행진만 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다 해도, 집으로 돌아와 봄처럼 편안히 쉬거라. 조국은 지금 너와 함께 한다. 머지않아 봄이 강으로 올라올 것이다. 겨울 보리 같은 아들아 감옥 같은 푸른 제복과 조국을 생각한다


시간은 꿈처럼 빠르게 흘러 군복무 무사히 마치고 평범한 회사원이된 네가 자랑스럽다. 자꾸 다른데 옮길려고 하는데 월급 많이 주는 곳이 다 좋은 곳은 아니다 돈 보다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이 감사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젊은 청춘, 꿈과 희망을 미래위해 투자하기 바란다 군에 갔을 때 면회 한 번 못가 항상 미안하다 건강하기를 바란다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뒤에서 그림자 마냥 너를 응원한다. 파이팅!!!


 

2013년 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 금상 ( 우정사업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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