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50

시래기{2025. 대구문학 1.2월 197호}

시래기 / 박동미  시래기 말리다울컥,평생 자식 키우느라모든 것 내주고요양원 계신 당신 생각합니다 서럽도록 푸른무청 닮은 당신허투루 버릴 게 없는 무청그늘에 잘 말렸다가 가마솥에 푹 삶아된장 넣고 끓이면엄마 손맛, 시래깃국 뚝딱 한 그릇당신이 그립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에마지막 남은 집 팔아병원비와 요양비로 다 쓰고대전 막내아들 곁에서야윈 달빛 받아 마십니다 남루한 저녁처연한 저녁 밥상 물리고고요한 행성에서골 깊은 주름듬성듬성 감꽃 피다

발표 작품 2025.02.13

삶 1. {2024 월간 문학 10월 668호}

삶 1. / 박동미 살아온 무게 떼어내는날 선 시간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폐를 잘랐다마취에서 깨어나면서가슴이 잘려나간 듯 꼼짝 할 수 없었다. 많이 아파요 많이 아파요한 몸이 되어버린 상처절규하듯 살아 돌아와 몸부림쳤다. 울음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링거액 잊은 듯 깨끗이 나아서살아서 행복하라. 새벽처럼 밝아오는 삶병원 시계는 정확히 돌아가고하루, 천일처럼 바쁘게 달렸다링거액 수가 줄어들고 차츰 통증도 연해지고무겁게 매달려 있던 내 삶도내려놓는다. 산다는 일은 내가 지은 죄도감사히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발표 작품 2024.11.01

사천 비토섬 [2023. 대구문학 9.10월 189호]

사천 비토섬 / 박동미 하루가 벼랑 끝인 노을 출렁이는 생명의 품에서 부풀 대로 부푼 몸 풀어 어둠 향해 뛰어내린다 사느라 아등바등 찰진 갯벌에서 함초처럼 살았다.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생 저녁이면 상처 아물듯 조개는 등짝 내밀어 바다 묻혀온 이야기 토해낸다 차마 면목 없는 사천 팔경 천혜의 자연 비토섬 바람에 쓸리며 썰물과 밀물의 경계에서 동글동글 파도 소리 들려온다 어머니 자궁처럼 편안한 바다 내 인생도 점점 순해지리라 비토섬 별주부 펜션 아기 기다리는 부부 묵고 가면 좋은 소식 전하는 명당으로 밤바다 바라보면 세상 없는 듯 채워지지 않는 시간 따르며 누렇게 익어 출렁이는 그도 한때 무거운 짐이었다

발표 작품 2023.09.26

제 15차 아시아아동문학대회 기념 동요가사 모음집

1.너는 나의 봄이다 / 박동미 윤이야 그냥 불러만 봐도 기분 좋은 하루 윤이야 부르면 똘망똘망 쳐다본다 윤이가 울면 온 식구 난리법석 윤이가 방귀 붕붕 뀌어도 좋아서 싱글벙글 온 식구 윤이 때문에 웃음꽃 활짝 피었다 2.사랑 김밥 / 박동미 따끈따끈 정성 하나 새콤달콤 정성 둘 담백 고소 정성 셋 들어간다 정성 가득 들어간다 사랑 가득 나의 정성 나의 사랑 엄마 입에 쏙 아빠 입에 쏙 우리 가족 사랑해요 우리 가족 행복해요

발표 작품 2021.12.31

개 밥그릇 {2021. 대구문학 10월 169호}

개 밥그릇 / 박동미 살랑살랑 복실이 낯선 사람 오면 컹컹 짖으며 집도 잘 지킨다 찌그러진 양은 밥그릇에 먹다 남은 생선 가시 던져주면 꼬리 흔들며 깨끗이 먹어치운다 비 오면 빗물에 엎어진 개 밥그릇 발로 찼던 기억 흙에 범벅되어도 모욕 한 번 씻어준 적 없는 선한 눈빛의 복실이 종일 빈 집 지키며 밥그릇 물고 돌다가 심심하면 발로 차고 놀았다 개 똥 치울 때마다 먹고 똥만 싼다고 때린 것 미안하다 할머니 개밥 꼭 챙겨 주라고 했지만 귀찮아서 굶긴 것도 미안하다 평생 찌그러지고 볼품없는 구석에 내팽개친 밥그릇에 찬밥 한 덩어리 던져주는 것도 귀찮았던 지난날 함부로 대했던 복실이 오늘따라 보고 싶다 세상 살아보니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내 기분대로 밥 굶기고 때렸던 유년의 복실이 반갑다고 폴짝폴짝 뛰던 복..

발표 작품 2021.10.08

몽돌 해변 {2021. 월간문학 7월 629호 }

몽돌 해변 / 박동미 행성의 작은 돌멩이 까맣게 잊고 파도에 수천 번 부딪치고 삶에 치여 흉터 아물듯 해뜩해뜩 웃었지요 격렬했던 시간 바람에 쓸리며 희고 단단한 몸 풀어 하루의 목 잘랐다 어쩌다 봄 고요의 남쪽 꿈틀대는 창문으로 바람이 딸꾹 출렁대는 파도 따라 동글동글 아픈 관절이 간섭해요 먼 훗날 행성 사라진다 해도 뛰는 심장 속 맹세는 늘 어긋나고 살아서나 죽어서도 푸른 물감 적신 발가락 그곳에 있을 것이다

발표 작품 202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