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밥그릇 / 박동미
살랑살랑 복실이
낯선 사람 오면 컹컹 짖으며 집도 잘 지킨다
찌그러진 양은 밥그릇에
먹다 남은 생선 가시 던져주면
꼬리 흔들며 깨끗이 먹어치운다
비 오면 빗물에 엎어진
개 밥그릇 발로 찼던 기억
흙에 범벅되어도
모욕 한 번 씻어준 적 없는
선한 눈빛의 복실이 종일 빈 집 지키며
밥그릇 물고 돌다가
심심하면 발로 차고 놀았다
개 똥 치울 때마다 먹고 똥만 싼다고
때린 것 미안하다
할머니 개밥 꼭 챙겨 주라고 했지만
귀찮아서 굶긴 것도 미안하다
평생 찌그러지고 볼품없는
구석에 내팽개친 밥그릇에
찬밥 한 덩어리 던져주는 것도
귀찮았던 지난날 함부로 대했던 복실이
오늘따라 보고 싶다
세상 살아보니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내 기분대로 밥 굶기고 때렸던 유년의 복실이
반갑다고 폴짝폴짝 뛰던 복실이 사과한다
풍진 세상
찬밥 같은 내 인생
너의 부재가
환한 달빛에 따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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