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놈사원 / 박동미
세상에 관대했던 수펑나무*
사원을 뿌리로 친친 감고 있다
살과 뼈 다 녹인 천 년의 감옥 풀고 싶어
밤마다 뿔이 돋아난다
푸른 잎사귀 혀 내밀 때마다
초강력 주파수 발원지 찾았지만
온몸 짓무르고 곪아 터진 전갈 배꼽자리
제단 건드릴 때마다 으스러지며 바람처럼 운다
고요한 낮잠 속으로 스스로 곡기 끊고
무서운 괴력으로 사원 송두리째 삼키며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다
과거에서 더 오랜 과거로
거꾸러 선 피사체가 하늘 향해 솟구쳐 오른다
짐승의 목젖 같은 이름이여
햇살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압사라 춤사위 따라 한 생 저물어
천 년 앓고도 기척 없이 욱신욱신하다
*수펑나무: 캄보디아 타프놈사원을 파괴하는 나무
2019. 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