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그리는 풍차 / 박동미
적당한 거리의
나무는 버릴 줄 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썩지 않게끔
조금씩 물기 품어 안고
과감히 버릴 줄 안다
조정할 줄 안다는 것
감정 하나 다스릴 줄 몰라
통제선 넘어버리고
끙끙 앓다
선 빠진 플러그처럼
혼자서는 쉽게 풀지 못해
꼬여져 돌돌 말려져 있다
어쩌면 생을 다할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복병처럼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다
뒹굴다 별이 되어도 좋을 시간
살아 있음이 눈물이라면
삶은 저렇게 아프지 않아도 되리라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하지 않는 삶 위하여 (0) | 2020.01.13 |
---|---|
늦저녁 (0) | 2020.01.13 |
비 (0) | 2020.01.13 |
어둠이 있던 자리 (0) | 2020.01.13 |
내 안에 뿔 달린 남자 산다 (0) | 2020.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