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저녁 / 박동미
숲이 수런대며 불 붙었네
가장 먼 곳의 나무잎부터
요플레처럼 발효되어
남자의 그것처럼
빛을 향해 힘껏 쏘아올린다
바람부는 날,
마음껏 그대 안고 싶었다
하느님이
구름이랑 바람과 놀고 있을 때
무딘 세월 속눈썹 아래로 밀려와
어둠 펼쳐놓고
내 삶 닮은 붉은 잎들
관능의 촉수 낮추고
잠시 숨 고르면,
붉어지는 알몸
은사시나무 아래 걸어 두고
새처럼 웅크리고 울어본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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