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는 삶 위하여 / 박동미
거칠은 어머니 손 잡아 본 적 있나요
텅 빈 집 혼자 지키며
치매와 싸우고 있는 것 알고 있나요
날마다 자식들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나요
몇 정거장만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용돈 아깝지 않게 듬뿍 안겨 드린 적 있나요
명절날 몇 푼 쥐어주고는
자식노릇 다 한 것처럼 생색만 내는 것 아닌지요
언제 옷 한 벌 사드린 적 있나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식들 다 주고 야윈 몸 가누는
늙어버린 어머니 살펴 본 적 있나요
누렇게 닳아버린 사진첩
들려다보는 낙으로 사는 것 알고 있나요
다리 관절염에 시달리는 모습 궁금하기나 했나요
혼자 늙어가며 자식들에게 짐 될까봐
눈치 보는 부모 마음 헤아리기나 했나요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나요
살아서 잘해 드려야 한다고 잘 알고 있으면서
무심한 세월에 길들여 있지는 않나요
하루가 십년처럼 힘겹다는 것 눈여겨 살핀 적 있나요
건성으로 건강 어떠세요
한번 여쭤보면 자식 도리 다한 줄 아세요
알약 한 웅큼 입에 털어 넣고는
하릴없이 하늘만 훔쳐보는
껍질뿐인 기력 다한 노인네인 것 알고 있나요
아프다는 말 입에 달고 사십니다
그 나이 되면 고장날 때도 되었다고
핀잔만 해대지는 않았나요
힘 없고 기력 없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라고 가볍게 여기진 않았나요
우리도 그렇게 늙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세월 지나면 시간 없어지는데
오십이 되도록 어머니 신발 몇 문 신는지
속옷 사이즈 어떻게 되는지
머리염색 한 번 해드린 적 없고
어떤 반찬 좋아하는지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작은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되는데
세월 탓만 하지 않았는지요.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