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젖지 않는 마을

맑은향기 1 2020. 1. 13. 15:52

젖지 않는 마을 / 박동미



이룰 수 없는 꿈은

구름처럼 가벼워서 아름답다

이불 뒤집어쓰고 잠자는 주춧돌

푸른 몸 만지며 혼자 잠기네

허옇게 마른 우물터와

젓봇대에 붙은 낡은 전단이

변화무상한 세상 향해 증언한다

목만 내놓은 마을 언덕에서

누군가 기다려 본 사람은

이승에서 홀로 남아 안개처럼

자욱하게 떠오르겠지

오래 우려낸 골목길은

메기꼬리처럼 물속으로 이어져

막걸리 거품처럼 기어오르고 있다

이별보다 더 깊이 잠들 수 있을는지

세월 가도 늙지 않고 기다려 줄 어머니

손등 갈라진 틈새로 달이 뜨면

그 어느 날이 사라진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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