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우체국 가는 길

맑은향기 1 2020. 1. 13. 18:46

우체국 가는 길 / 박동미



하늘이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하늘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름과 해와 새소리 바람소리

저물지 않는 생각이 붉게 번진다

우체국 계단이 아름답게 젖어 있다

결 고운 잠옷처럼

우표를 손으로 꾸욱 누르면

사각 모서리가 하얗게 질릴 것이다

수상한 기호를 미리 훔쳐보고 싶은

푸른 네 생각이 소강상태다

밑도 끝도 없이 그리움이

표정도 없이 읽혀지고

끝내 비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

우리는 사랑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한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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