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길 / 박동미
하늘이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하늘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름과 해와 새소리 바람소리
저물지 않는 생각이 붉게 번진다
우체국 계단이 아름답게 젖어 있다
결 고운 잠옷처럼
우표를 손으로 꾸욱 누르면
사각 모서리가 하얗게 질릴 것이다
수상한 기호를 미리 훔쳐보고 싶은
푸른 네 생각이 소강상태다
밑도 끝도 없이 그리움이
표정도 없이 읽혀지고
끝내 비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
우리는 사랑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한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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