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 박동미
쟁쟁하던 한 때
찬 얼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감꽃 같은 내 벗은 모습
탱탱한 감꽃 같을까
발가벗고도 떫지 않는
세상 향해
등을 부여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두근거리는 뒤꿈치 감추고
오늘 하루 후회하지 않게
잘 살았다
골목 아래 공터에 감꽃 떨어져
행인들이 무심히 밟고 지나간다
아, 아프겠다
아주 잠깐 살아 있다
떨어져
꽃인 줄도 모르고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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