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꽃 / 박동미
핏빛 같은 설움이
울컥울컥
자궁 밀어낸 달의 뒷문,
잠든 여인의 깃털 같은 속눈썹으로
초경의 혈흔처럼 붉어지는
한순간,
생의 한 귀퉁이
날개 깃 하나 얹어
밤이면 불면의 휘청한 몸들
낱낱의 꽃잎 포개고
자귀나무 붉게 운다
날랜 몸짓으로
화르르 가슴 열어젖히는
부러진 날개들
꽃불 질러 놓을 때마다
거미줄의 간격으로
제 몸에 상처 하나씩 새긴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자귀 꽃 겁 없이 타오르는 밤
바람에 흩어져 잊히고 싶었다
2019. 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