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 박동미
푸른 보리밭에 젖은 맨발 밀어 넣고
환장하게 가렵고 차진 몸으로
여름 별자리 근처 바람끼리 비비며 운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눈 질끈 감은 황톳길
구름 능선이 무릎에 누웠다
멍석 흔드는 소리에
가난한 여름, 보리술에 취한다
탯줄 감고 있는 콩잎 싹 틔우며
죄수 같은 푸른 들판에 순례 마치고
세월없는 듯 앉아 있다
고즈넉한 생,
꼿꼿이 세우던 등뼈 힘으로
아버지 갈라진 뒤꿈치 길 따라간다
얼마나 많은 날 몸부림쳤던가?
거멓게 속 타들어 가면서
아버지 날갯죽지 낙관으로 찍혀 있다
연둣빛 풀 하나 똥 한 무더기 누고는
호박잎 촘촘히 뒤 닦고 갔다
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땅 파던 아버지
달빛 환하게 당신 얼굴 겹쳐 보여
머쓱해서 주먹을 허공에 쑥 내밀었다
2019. 푸른 시간에 갇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