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가을빛 [대구문학 91호]~~

맑은향기 1 2018. 8. 28. 23:41

 

가을빛 / 박동미

 

붉어지는 저 펄 속 관능의 촉수가 

서늘한 턱을 치켜드네요

심장의 중심엔 웅크린 수백 개의 신경이

펄 속으로 사라졌다가 독버섯처럼 살아난다.

독거미의 그림자가 선회하며

자연 치유의 쾌가 운행되는지 알아보네요

포성이 멈추기를 기다려 누군가 소리쳤지요

지금은 약을 구할 수 없다고

독한 알약을 삼키고도 가라앉지 않는

뇌의 작동 불응으로

한 생의 서늘한 바람과 하룻밤을 맞았네

그것은 깊이 잠들었던 영혼을 깨우는 일,

그대와 사랑이 깊어지는 일이란

달아오른 심장의 판막을 두드리며

아득한 우주의 태반에서

밤이면 먹이 사슬처럼 사나운 짐승이 되어

태양이 더듬고 지나간 자리에

빨간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자라고 있다

동백을 그리는 순간마다

달아오르는 화선지 위에 너를 앉힌다

우리는 지금 통화권 이탈 지역,

얼음장 같은 그의 혀는 언제 풀리는지

맨살처럼 돋아나는 독기를 머금고 홀연히

지워지던 길,

까실쑥부쟁이가 또 피었다

잠깐 머물렀던 섬, 혹은 별

과거의 별에서 더 오랜 과거의 별로 돌아왔다

햇발 역류하는 한낮의 분화구에 빠져

불태우는 가을 산,

홀로 울울창창 깊어가는 상처의 숲

고서의 한 구의 숨 쉬는 미라

바람과 햇빛에 깎여 사라지는 것들

악마의 유혹처럼

컴컴한 나를 서릿발 같은 외 뿔로 들여앉힐 작정이다

독기 품은 피,

신과 한통속이 되어버린 복제 인간처럼

날마다 공격해 오는 그놈,

진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새 알레르기는 말짱해진다.

 

제23회 每日 한글백일장 일반부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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