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2009. 모델하우스가 있는자리 [물빛동인 제 25집]

맑은향기 1 2018. 8. 29. 01:27

오카리나 / 박동미

내면의 바다
내 부름의 응답이었다
순한 가슴으로 입술 깨무는 별,
꽃 향기처럼 맑아지며
사방으로 집을 지었다
사랑, 너였구나
목을 누르며 차가운 구멍으로
슬픔의 군상들이
벌거벗은 짐승과 만나다
해와 달이 번갈아 찾아오면
내 가슴에 아지랑이
달이 차는 가을밤
당신 가슴 밟고 가는 소리 들린다


{물빛동인 제 25집 < 어딘가 헐렁 > 중 일부}


 물빛 시 감상~~

 오카리나, 다소 낯선 악기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취주악기 소리를 언젠가 대구시협 가을 행사 때

처음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녁노을이 지던 그해 가을, 은은하게 심금을 울리던 오카리나의 서정적 선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대 마야 문명의 유적지에서 발견될 정도로 이 악기의 기원과 역사는 매우 길다고 합니다.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는 오카리나 소리를 들으면서 진지하게 존재의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성찰로 인해 화자가 처한 현실은 "내면의 바다" 로 바뀌게 됩니다. 이 바다에서 조용히 번져가는 음향은 " 꽃향기" 처럼 맑습니다. 번잡한 일상에 찌들어 동분서주 하며 살아가다가 문득 울려 퍼지는 그 영혼의 소리를 들으면서 시의 화자는 마침내 인간의 진실한 ' 사랑 ' 을 생각하게 됩니다 "슬픔의 군상" 처럼 응어리진 삶의 아픔들이 오카리나의 "차가운 구멍" 으로 빠져나가면 화자의 가슴에는 "아지랑이" 같은 신기루가 피어오르게 됩니다.

 이 신기루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명 경건하고 고즈넉한 삶의 떨리는 파동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울림은 단순한 파열음이 아니라 "당신 가슴 바로 가는"  영혼의 소리임이 분명합니다. 자그마한 한 취주악기를 오브제로 삼아, 이 시는 짧지만 간결한 이미지로 삭막한 시대에 맑은 생수 한 모금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물빛 26집<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 시평 중에서} -----------------------이진엽

 

스물여섯번째 글모음 -{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
2009년 물빛 글모음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가 출간 되었습니다. 15명 동인 69편의 시와 외부시인 평론가의 짧은 작품평이 실린 133쪽 분량 입니다.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 물빛 제 26집 축하드립니다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하던 물빛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지도교수 이진흥 선생님 

그리고 시평 해주신 이진엽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정정지 선생님을 문학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초등학교 코 흘리게 소녀가 오십이 넘어 어머니 같은 은사님의 따뜻한 배려로

열심히 공부하며 토론 하던 물빛 1년은 제게 있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젊고 예쁜 선생님은 호호 할머니가 되었고, 저도 오십이 넘어버렸습니다.

흐르는 것은 강물 뿐인가요? 늘 건안하십시요.

물빛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