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폐경, 그 이후

맑은향기 1 2020. 1. 13. 14:47

폐경, 그 이후 / 박동미



달빛이 왕관처럼 환하다

어머니의 폐경은

멀미처럼 불쑥불쑥 찾아오고 있었다

한 번 떠나온 길은

벌 나비가 몰려오는 일도

드물었고

완강하게 버티던 삶의 파편들이

두루미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산란기 맞아

몸부림치는 바다는

어머니의 비밀을 안아 주었다

달빛 쌓으며

물 건너는 사람들

외로운 이빨이 가을 江가에서

날갯짓 했다

긴 세월의 노역이 끝나고

붉은 새벽 어스름이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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