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봄날에 깃들다

맑은향기 1 2020. 1. 14. 12:24

봄날에 깃들다 / 박동미



나비의 은빛 날개깃 투명한 말들,

라일락 꽃잎에 입 맞춘다

꽃잎이 활짝 열리는 동안에

멧새들은 꿈을 물어 나르고

독한 향기가 길을 막고 섰다

마음만 그리운

너를 사랑한 한 때,

청춘이 맨발로 달려온다

햇빛 물고 놓지 않는 사람아

한번의 기침 소리에 사랑은 아직 멀다

몇 년을 피고, 지고, 했을 라일락

젊은 날의 인생 베끼고 있다

언젠가 너도 가고 북적대던 봄날도 가겠지

오래도록 침묵 나누어 가진 그리움이여!

살이 있는 것은

이 저녁, 낯선 길 환하게 밝히고 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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