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깃들다 / 박동미
나비의 은빛 날개깃 투명한 말들,
라일락 꽃잎에 입 맞춘다
꽃잎이 활짝 열리는 동안에
멧새들은 꿈을 물어 나르고
독한 향기가 길을 막고 섰다
마음만 그리운
너를 사랑한 한 때,
청춘이 맨발로 달려온다
햇빛 물고 놓지 않는 사람아
한번의 기침 소리에 사랑은 아직 멀다
몇 년을 피고, 지고, 했을 라일락
젊은 날의 인생 베끼고 있다
언젠가 너도 가고 북적대던 봄날도 가겠지
오래도록 침묵 나누어 가진 그리움이여!
살이 있는 것은
이 저녁, 낯선 길 환하게 밝히고 있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